스크린골프로 연 매출 1조 넘어선 골프존뉴딘그룹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2-05-30 06:00   수정 2022-05-30 09:23

김영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은 자타공인 ‘골프 황제’다. 2000년에 스크린골프라는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한 그는 22년 만에 매출 1조원이 넘는 골프 그룹을 일궜다. 30일 현재 상장사만 3곳이고, 47개 계열사를 거느린 골프존뉴딘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1조1268억원에 달했다. 2019년 6114억원에서 불과 2년 만에 두 배가 불어났다.

스크린골프에서부터 골프장 운영·관리, 장비 제조 및 유통까지 골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을 수직계열화했다는 점에서 골프존뉴딘그룹의 위상은 가히 독보적이다. 그룹 내 상장사인 골프존, 골프존뉴딘홀딩스, 골프존데카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543억원, 3551억원, 217억원(이상 27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올해 상장심사서를 제출한 골프존카운티의 기업가치는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네 번째 기업공개에 성공하면 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김영찬 회장은 골프존마켓을 운영하는 골프존커머스까지 상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골프 왕국’을 건설하는 셈이다.

그룹 매출 1조 훌쩍…일본 아코디아골프와 어깨 나란히
삼성전자에 다니다 55세의 나이에 늦깎이 창업에 성공한 김영찬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국내에선 전례를 찾기 어렵다. 1981년에 창업한 일본의 최대 골프 그룹인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긴 2017년 아코디아는 일본 내 골프장 135곳을 운영하며 연 매출 약 5000억원을 벌던 회사다. 이후 넥스트골프와 싱가포르트러스트(골프장 자산을 기초로 설립된 회사)를 더해 소프트뱅크에 매각됐다. 2021 회계연도 매출(3월 회계법인)은 약 1조2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경영권을 가진 골프 기업인으로, 김영찬 회장의 위에 자리한 사람은 글로벌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인 트룬 골프의 다마 가마니 회장 정도다. 1990년 트룬 골프를 창업한 가마니 회장은 지난해 세계 골프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트룬 골프는 전 세계 655곳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니스를 비롯해 피트니스, 식음료, 숙박시설 등 골프와 관련된 다양한 레저 산업을 이끌고 있다. 비상장사인 트룬 골프의 연 매출은 공개된 적이 없으나, 2020년 연수익은 대략 2억7000만달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찬 회장이 세계적인 골프 그룹을 일군 과정은 울퉁불퉁하며, 단선적이지 않은 비즈니스 진화의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는 2016년에 불거진 ‘갑질’ 논란으로 여러 차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갔다. 당시만 해도 골프존의 핵심 사업은 스크린골프장 점주에게 장비를 공급해주는 것이었다. B2B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당시 골프존의 사업 목표는 최대한 많은 스크린골프 장비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골프존 간판을 단 점주들끼리 같은 상권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게다가 점주들은 골프존이 장비 ‘업그레이드’를 명분으로 수익을 편취한다는 주장을 폈다. 신형 장비를 들여놓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점주 입장에선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2016년 갑질 논란 위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김영찬
김영찬 회장은 ‘갑질 논란’으로 꽤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국감에 여러 차례 불려갈 때마다 ‘3초 컷’의 등장인물로 전락했다. 국회의원은 호통치고, 기업인은 송구한 듯 답변하는 계산된 TV 속 장면에서 김 회장은 ‘죽을죄를 지은’ 기업인에 불과했다. 골프존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때를 계기로 골프존그룹은 환골탈태를 거듭했다. 김 회장은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우선 김 회장은 논란의 싹을 잘라야겠다는 생각에 골프존을 아예 가맹사업으로 전환했다. 골프존 점주들끼리 경쟁하는 일이 없도록 출점을 제한했다. 경쟁사보다 월등한 품질의 장비를 공급함으로써 ‘골프존 간판을 달면 돈을 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자연스럽게 갑질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2020년 말 기준 골프존의 가맹점 수는 1423곳에 달했다.

기업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꾀했다. 김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물러나 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데 전념하고, 일선 경영은 계열사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다. 2016년 골프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김 회장은 현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겸 골프존 경영총괄 회장)이란 직함을 대외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골프존뉴딘홀딩스와 골프존의 주주일 뿐이다. 이 같은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 데엔 김 회장의 ‘평범한 가족사’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 회장이 자수성가를 이룬 데다 하나뿐인 아들도 부친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걷기를 원했다.

김 회장의 외아들이자 골프존의 공동 창업자인 김원일 전 골프존 대표는 2013년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일체 그룹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소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예술인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골프존그룹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라며 “김원일 이사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골프존뉴딘홀딩스의 최대 주주(3월 말 기준 지분율 42.89%)이지만 배당을 받는 것 외에 골프존그룹과 연관된 어떤 사업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프존그룹의 결정적인 ‘피벗’은 B2B 비즈니스를 B2C로 전환한 것이다. 김영찬 회장은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골프 산업계의 구글이 되겠다’는 야심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의 불운은 그의 꿈을 담금질하는 뜨거운 불이었다.
골프존그룹에 찾아온 세 가지 행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운 좋은 이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고, ‘운칠기삼’인 법이다. 김 회장에겐 코로나19가 대운이나 다름없었다.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골칫거리였던 골프용품 유통(골프존마켓)마저 성장세를 거듭했다. 골프존커머스로 이름을 바꾼 유통 채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66억원, 21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43%, 131% 증가했다. 동네 곳곳에 있던 개인 사업자들이 망하는 사이에 든든한 자본력을 갖춘 골프존마켓은 끝까지 버틴 덕에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2018년 골프존카운티를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도 김영찬 회장에겐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김 회장은 2018년 골프존카운티라는 골프장 및 연습장 운영 회사를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MBK에 지분 50%를 내줬다. MBK는 일본에서 이미 골프장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위력을 경험한 ‘선구자’였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회원제 골프장을 인수해 대중제로 전환하면 절세 효과가 엄청나다”며 “보통 골프장 오너들이 조경과 카트 운영에서 돈을 남겨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골프존카운티는 개인에 귀속되던 이익을 법인의 이익으로 돌림으로써 영업이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골프장 운영에 일종의 ‘파괴적 혁신’을 도입한 셈이다.

30일 현재 골프존카운티가 운영하는 골프장은 전국에 18곳이다. 이 중 4개를 임차 운영하고 있다. 골프존카운티 관계자는 “식자재를 공동 구매하는 것은 기본이고, 골프장별로 잔디 종류와 생육 방법 등이 제각각인데 이를 통합 관리하면서 눈에 보이지는 않는 경험이 쌓인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트룬 골프처럼 전국 골프장을 대상으로 위탁 운영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골프장 위탁 운영은 호텔업계의 메리어트, 힐튼처럼 브랜드를 제공하고 운영을 도맡아 하는 대신에 매출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골프존카운티 골프장 중 소유가 아닌 4곳은 기존 골프장을 빌려서 일정 임차료를 내고 매출 등 실적은 오롯이 임차인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골프존그룹이 순항하게 된 데엔 또 하나의 행운이 작용했다. 카카오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골프 마니아’로 유명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사회 의장)는 예약, 결제, 모빌리티(이동 수단) 등을 총망라한 카카오만의 골프 플랫폼을 완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카카오의 골프 사업을 총괄하는 카카오VX는 김범수 의장과 한게임 공동창업자인 문태식 대표가 맡고 있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 연습장, 골프장 위탁운영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골프존그룹에 정면 도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카카오그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골프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골목 상권마저 침해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진 것이다. ‘카카오의 욕망’이란 프레임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카카오는 ‘코로나 특수’를 골프 사업 확장에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

골프존그룹의 ‘독식’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골프존카운티만 해도 네 번째 상장사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e커머스 등 유니콘으로 평가되던 스타트업에 대한 거품 논란이 일면서 골프존카운티처럼 성장 구조가 확실한 기업이 공모 시장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존카운티는 약 400개 홀을 운영 중인데 홀당 가격을 최소 50억원으로 잡는 단순 계산으로도 골프존카운티의 기업 가치는 2조원 이상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셈법이다.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골프장 네트워크 확대를 비롯해 ‘IT 골프’를 위한 각종 신사업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1946년생으로 벌써 70 중반을 넘긴 김영찬 회장의 ‘열정이라는 이름의 열차’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향해가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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